오랜 세월이 지난 고등학교 자취 시절
카세트를 틀어 놓고 가장 많이 들었던 시
가수 박인희가 낭송해 주는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힘들고 외롭고 번민 많았던 나의 청소년 시절,
고독의 시간을 고독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던 좋은 친구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한 3년간은
스프링 연습장을 살 때
표지에 목마와 숙녀가 있던 연습장만
일부러 골라서 샀던 기억이 난다...
박인환 시인의
도시적인 비애와 인생파적인 고뇌가 깃든 작품,
목마와 숙녀
박인희의 목소리로 오랜만에 감상해 봅니다...
목마와 숙녀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어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물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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