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비야, 비야(시, 현상길 시집, 올레소야곡)

나누미도우미 2014. 12. 7. 20:19


비야, 비야



바다가 하늘로 갔나

풍채 훑어 내리는 장대비에





댓돌 앞마당은 금세 연못이 되고

상방 뒤뜰 앵두나무도 함빡 젖어





마루턱에 새파란 얼굴 들여놓고 있다

밭으로 가는 길 물길 된 참에

못 다한 세월 타령 매듭으로 이으며

어멍은 구멍 난 양말을 깁고





애꿎은 비 타박하다 지친 외할망은

툇마루에 새우잠 늘어져 있다

비안개 짙은 돌담 곁 수국 사이로

기다림은 하냥 어리고

꼭 누군가 걸어올 것만 같아





쪼그려 앉아 고개 까딱이며 나는

어멍의 가락 따라 콧노래 흥얼댔다

비야 비야 오지 마라 장독대에 물 골랐져

니네 누이 시집갈 때 명지장옷 다 적신다





※ 풍채 : (제주도말) 초가지붕에서 끝에 설치한 받침대.

바람과 볕을 막아주고 빗물을 마당으로 흘려보내주기도 함

※ 상방 : 대청마루

※ 골랐져 : (제주도말) 고였다

※ 명지장옷 : 명주로 된 장옷

※ 어멍 : (제주도말) 어머니

※ 외할망 : (제주도말) 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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