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삶은 양파(시, 현상길 시집, 올레소야곡)

나누미도우미 2014. 12. 23. 00:06


삶은 양파



배고파 껍질 벗기면

매끄러운 하얀 살의 유혹

날로 먹다간 눈물바람 일쑤였지

외할망이 삶아 준

양파 대여섯 개

달짝지근한 맛 뱃속에 담아

콧노래 유유히 교실로 갔지만

수업하다 일그러지는

선생님의 얼굴 피해

엉덩이에 힘 줘 보아도

하염없이 볼때기는 뜨거워지고

냄새에 부끄러워 고개돌리면

찡그린 계집애 짝꿍은

두 손으로 코를 감쌌고

담배불도 잊은 채

안경 벗어 든 선생님은

한참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지




* 외할망 : (제주말) 외할머니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