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
처음 짝꿍이 되고 싶던 아이
계집애들 중 먼저 보이던 아이
고무줄넘기 할 때 제일 높이 뛰던 아이
하굣길에 만날 뛰어가던 아이
하르방이랑 살며 밥 짓던 아이
곱게 접은 하르방 갈옷 빌려준 아이
학예회 맨 앞자리에서 배시시 웃던 아이
고향 떠나올 때 슬며시 보고프던 아이
고향에 돌아가도 볼 수 없던 아이
아침이면 책보 대신 태왁 메었다는 아이
꽃다운 날 중년의 재취로 울며 갔다는 아이
바닷물 위 파래처럼 파랗게 떠다녔을 아이
첫사랑 얘기해 달라는 교실에서
내 순정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아이
※ 하르방 : (제주도말) 할아버지
※ 갈옷 : 풋감의 떫은 물을 짜내어 염색하여 만든 제주도 고유의 옷
※ 태왁 : (제주도말) 박새기라고도 하며 해녀가 바다속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담은 망사리에 달린 뒤옹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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