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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가게 앞에서(시,희란)

나누미도우미 2014. 11. 12. 10:40


신발가게 앞에서

(희란, 2006)




 

 


여름 한 철 잘 끌고 다니던


슬리퍼 한 켤레


왼쪽 끈이 며칠째 달랑달랑


그예


뚝 - 목숨줄을 놓는다


저도 고단했구나


진데 마른데 가림없이


무거운 몸 받쳐들고 휘돌던 세상


이제 그만하고 싶었구나




 

 



눈들어 바라보니


아직 아득한 저기


맨발로 가자니


문득, 그림자 끝을 따라온


첫서리


신발가게 문 앞


졸졸이 내어걸린 겨울용 슬리퍼


찾아신는데


어쩜, 따뜻한게


벌써 좋다




 

 



여름 한 철 잘 끌고 다니던


슬리퍼 한 켤레


미련없이 벗어두고


길 밖에 나서는데


누군가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아


뒤돌아보고


뒤돌아보고


... 마흔을


버리고 가는 가을길





※ 시간되면 김종환 존재의 이유 듣고 가세요~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