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터널을 지나며 (시, 희란)
나누미도우미
2014. 11. 11. 12:16
터널을 지나며
(희란, 2006)
터널의 시작은 항상 어둠을 향해 열려있다.
기억속 최초의 어둠
열달 내내
자궁밖 세상을 꿈꾸던 날들
양수를 타고 좁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며
행복했다.
저 끝에는 빛이 있어
눈부시게 아름다우리라고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국토의 반허리를 넘는다,
몇 개의 터널을 돌고 나왔는지
이름 몇 개를 줍다 놓쳤다.
터널 안에도 길은 있다.
그리고, 저만치 빛이 보인다.
어쩌면 끝인가
눈부신 햇살 속으로 빨려들면서
본다.
길 옆, 오두마니 붙어선
분홍 코스모스
가을이
서둘러 왔구나
터널을 지나며 마흔을 줍다.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