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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권력전쟁(인터넷과 국가권력의 이해 및 기업경영의 이슈 고찰)

나누미도우미 2014. 10. 25. 14:29

 

 

  최근 텔레그램을 설치하고 텔레그램 내용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텔레그램을 만든 파블 두로프에 대한 소개를 했었다. 그런데 최근 파벨 두로프가 국내 언론 '팩트TV'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이버 망명'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나타냈다. 파벨 두로프는 사이버 망명 사태에 대해 "한국 국민들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으며, 나는 당신들의 성공을 빈다"며 텔레그램은 특정 국가의 정치권력이나 법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소식들을 접하면서7~8년 전에 읽고 작성했던 책이 생각났다. 지금 다시 책을 사서 읽으라고 권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서 미흡하나마 제가 작성했던 독후감을 올려 놓는다.

 

  책의 내용을 읽어본다면 텔레그램에 대한 미래가 더욱 궁금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Who controls the Internet?

 

사이버 세계를 조종하는

  인 터 넷   권 력 전 쟁

[ 인터넷과 국가권력의 이해 및 기업경영의 이슈 고찰 ]

 

ㅇ 저자 : Jack Goldsmith, Tim Wu (송연석 역)

ㅇ 출판사 : 뉴련(NEWRUN)

ㅇ 출판년도 :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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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서론

 

. 본론

1. 인터넷 혁명을 꿈꾸다

2. 정부의 반격이 시작되다

3. 승자는 누구인가

 

.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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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론

 

    이 책을 서비스 관리라는 강의 주제와 어떻게 연결을 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머릿속 가득 차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서점을 나오는데 진눈깨비가 매서운 바람과 함께 추위에 약한 내 몸 속을 파고 들었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다니는 나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많이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저자가 법전문가이기 때문에 오는 책의 보수적인 느낌은 마치 조나단 넥터라인이 쓴 디지털 크로스로드와 유사했으나, 권력에 대한 대립적 시각으로 생생한 사례를 많이 표현했기 때문에 지루함은 훨씬 덜 한 것 같았다.

 

이 책은 최근 지구촌의 가장 강력하고 새로운 물결인 인터넷과 관련된 기술 및 서비스가 현실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제도와 지배력의 정착과정을 사례 중심으로 기술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결론부터 말하면 인터넷을 포함한 세상의 그 어떤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도 현재 존재하는 국가별 권력이 행사하는 속지주의 법의 지배력을 벗어날 수 없으며, 오히려 국가권력에 의해 인터넷이 원래 추구했던 것과는 다른 형태로 변화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책의 주장은 세가지 주제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주제는 인터넷과 같은 획기적인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나오더라도 지리적 경계를 기준으로 작용하는 국가의 강제력은 변함 없이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 주제는 국경 없이 출발한 인터넷이 국가 권력에 의해 국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주제는 인터넷이 개방적이고 국경 없는 새로운 세상을 원했지만, 오히려 국민들은 인터넷이 국경을 갖길 바라며, 국경 있는 인터넷이 보다 장점을 많이 갖는다는 것이다.

 

이제 본론에서는 이 책의 내용과 핵심 이슈를 차근차근 정리하여 살펴보도록 하고, 결론 부분에서는 책의 이의와 한계 그리고 기업경영과의 연관성을 고찰해 보도록 하겠다.

 

 

 

. 본론

 

1. 인터넷 혁명을 꿈꾸다

 

   인터넷의 첫 이슈를 위해 책에서는 인터넷 창조에 절대적 공헌을 한 존포스텔에 대한 내용을 말하고 있다.

존 포스텔은 안터넷 주소체계를 창시한 인터넷 개척자로 그에 대한 이력을 간단히 살펴보자. 캘리포니아 로

스앤젤레스 대학에서 공학 석사학위와 컴퓨터과학 박사학위를 획득한 이후 69년 미국 정부 사이트와 국방부

의 용역을 수행하는 대학 연구소를 연결하는 체제 "아르파네트(Arpanet)"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 뒤 이 체제의

통신규약 체계화에 착수해 인터넷 체제 관리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도메인 네임 시스템, 파일 트랜

스퍼, 텔넷과 같은 인터넷 통신규약을 개발한 그는 비영리단체인 IANA의 후원으로 미국 남가주대학 정보과

학연구소(ISI)에서 30년 동안 인터넷 주소체계를 관리했던 인물이다.

 

  처음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던 당시, 여러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이 민족국가의 권위에 도전하고 세계

를 새로운 탈영토화 체제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껏 없었던 획기적인 신기술 덕분에 지금 살고 있

는 세상이 아닌 새로운 유토피아가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 뒤에는 영토 중심의 통치 시스템

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무언가로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

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1998년이 되자 인터넷은 처음 발명했던 사람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상업화되어 말썽

을 일으키고 있었다. 판돈이 커지고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기자 창설자들이 가지고 있던 비전과 권위는 위

협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미국 정부가 개입을 하고 있었다오랫동안 침묵만 지키고 있던 미국정부가

네트워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창설자들은 인터넷을 발명해 놓고도 그에 대한 통제 권

한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포스텔과 미국 정부가 쟁취하고자 했던 것은 인터넷 네이밍 및 넘버링 권한 즉

루트권한 이었다. 루트권한이란 인터넷에서 의사소통을 하려면 자신이 쓰는 컴퓨터에 고유한 번호 혹은 ‘인터

넷주소’ 라 알려진 주소가 필요하다. '.com'이나 'net'같은 최상위 단계를 기준으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어

떤 최상위 도메인이 존재하고 누가 그걸 관리할지 결정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바로 네이밍 및 넘버링 권한을 가진 사람이다도메인 네임 시스템은 귀중한 인터넷 관련 재산권에 영향을 미

칠 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강력한 법 집행도구로 사용될 수 있으며 인터넷의 기본 특징 자체를 결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면 ‘이 권한은 정확이 어떻게 얻거나 혹은 보유하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을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대한 쉽게 표현하자면 루트 권한이란 도메인 네임과 번호에 관련된 명령을

내리고 그 명령을 따르게 만드는 권한을 말한다. 그런 권한은 여러 가지 경로로 얻을 수 있다. 명성을 통해서

얻을 수도 있고 문제의 컴퓨터를 실제 관리함으로써, 혹은 법을 통해 얻을 수도 있다. 사실 이 시스템은 오랫

동안 정확히 누가. 왜 루트에 대해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지에 관해 명확한 개념 없이 운영 되어 왔다.

 

  인터넷 초기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중요한 투쟁들은 이렇게 루트 권한의 소유자가 누군지 모호한 데

에 그 원인이 있었다. 포스텔과 인터넷을 창설한 세대는 대부분의 인터넷 관련 문제 처리에 대해 자신들의

권한 대행으로 여겼다. 자신들이 인터넷 아키텍처를 만들었고 전문가들이며 인터넷 운영과 관련된 일상적

관리도 자신들이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인터넷을 다스릴 법적 소유권이 없었다. 이 문제

에 대해서는 별 생각없이 넘어갔던 것이다. 미국 정부의 주장은 종류가 달랐다. 미국에서는 돈을 지불하면 소

유권을 갖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인터넷 창설자들은 인터넷을 발명해 오랜 시간 운영했을지 몰라도 인터넷

개발의 거의 모든 부분이 미국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지원 받아 이뤄진 것이었다. 미국 정부는 이 계약에

문에 인터넷 네이밍 및 넘버링 시스템에 대한 소유권이 정부에 귀속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포스텔은 미국이

동의하든 안 하든 자신이 네트워크 솔루션을 완전히 따돌리고 루트 권한을 아무 데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전시켜버릴 수 있음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전 세계가 루트로 인식하는 컴퓨터를 바꿔치기 함으

로써 네이밍 넘버링 권한의 핵심 요소는 인터넷 창설자가 갖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려는 계획이 있었다.

심을 굳힌 1 28일 수요일 오후 포스텔은 인터넷의 지역 루트 서버 운영자 12명중 8명에게 이메일을 보냈

. 12개의 지역별 루트 서버는 평소에는 미국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네트워크 솔루션이 운영을 하는 마스터

루트 서버인 ‘루트 서버A와 정보를 동기화되어 있는데 이 지역별 서버로 하여금 남가주대학 캠퍼스에 있는

자기 서버를 루트로 인식하게 만드는 간단한 조치를 취해주도록 요청한 것이다. 포스텔은 미국 정부에게는

기술자들이 루트를 통제하도록 내버려두는 수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 것이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운영자 들은 미국 정부의 반응이 어떨지 위험이 뻔히 보이는데도 모두 이

를 따랐다. 지역 서버들이 포스텔의 요청을 따르자 루트권한은 분산 됐다. 나사, 미국 발사학 연구소, 네트워

크 솔루션에 있던 4개의 지역서버는 계속해서 미국정부 및 네트워크 솔루션을 루트 서버로 인식했다. 그러나

나머지 8개 서버는 포스텔의 명령을 따랐고 그의 컴퓨터를 네트워크의 루트로 인식했다. 인터넷이 사실상 두

개의 대형 네트워크로 양분된 셈이었다. 포스텔이 네트워크를 수정하거나 심지어 파괴 할 수 있는 자리에 있

었다. 마음만 먹었다면 8개 지역 서버의 동의를 얻어 7개의 신규 최상위 도메인을 추가하려 했을지 모른다.

아니면 '.com', '.net'을 지구상에서 거의 다 없애버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미국 정부는 단호하게 대응했다.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으름장은 효과가 있었다. 포스텔은 일주일 안에 실험을 끝냈고 루트 권

한 전체를 정부가 통제하는 서버로 복귀시켰. 이때부터 매거지너는 정부의 승인 없이 루트파일을 바꿀 경

우 범죄 행위로 간주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루트 파일과 루트 권한은 예외 없이

당연히 미국 정부의 소유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공권력까지 동원

하는 강력한 정부의 인터넷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존 포스텔의 사례를 보면 루트서버는 공적인 사업임에 불구하고도 돈이라는 막대한 이익이 있기 때문에 미

국 정부는 정부 산하의 기구로 둠으로써 그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이 바라보던 무정부적인 유

토피아를 꿈꾸던 초창기 인터넷 지지자들의 생각을 완전 뒤집어 놓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얼마든지 혁신적

인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만들어 진다 해도 정부의 개입과 강제력은 존재 한다는 것이 존 포스텔 사건을 통

해서 잘 들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획기적인 글로벌화된 기술이 나온다 할지라도 국가의 강제력이 갖는 근본적인 중요성에는 변

함이 없다는 것이다.

 

 

2. 정부의 반격이 시작되다.

 

두 번째 주제는 요즘도 흔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국내 포털에 못 올리는 자료를 구글이나 야후 같은 해

외 포털에는 올릴 수 있는 것일까? 해외 인터넷 업체는 어느 정도 국내 법에 영향을 받는 것일까?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례들이 나오는데, 결론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지리적 구분인 국경이 갈라지고 언어, 콘텐츠, 규범은 국경을 허물고 세상을 하나로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각 지역별 상황에 순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원치 않는 인터넷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강력한 하향식 방법들을 동원했고 이를 통해 인터넷에 더 뚜렷한 국경선을 긋고 있다는 것이다.

 

   국경을 통해 가장 쉽게 드러나는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언어이다. 그 한 예로 MS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슬란드에서 영문판 OS를 배포하면서부터였다. 미국 본사에서는 영문판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나 큰 오산이었다. 2 외국어를 영어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아이슬란드어로 번역해서 판매 할 만큼 가치를 못 느꼈으나 당사자인 아이슬란드인들은 천 년이 넘도록 써온 모국어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해 정부가 의무적으로 다른 OS를 사용하게 했고 MS는 아이슬란드어 판을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90년대에는 인터넷이 국경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동시에 영어가 인터넷을 장악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대한 초창기 많은 예측이 그랬듯이 이 역시 잘못된 생각이었고 2005년 통계를 보면 인터넷 사용자의 2/3가 비영어권 사용자인 단계에 이르렀다. 인터넷이 지역적 차이점에 민감한 것은 콘텐츠 공급 업체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작자들이 다양한 지역별 요구를 수용하고 그에 맞추려고 노력함에 따라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역에 민감하면서도 훨씬 더 강력한 이해를 갖고 있는 그래서 매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인터넷에 국경을 확실히 긋고 싶어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영토를 기반으로 하는 정부이다. 다음은 정부가 이 국경 없는 매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첫 째는 코드가 법이다. 1990년대 로렌스 레식은 “코드가 법이다”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사이버 법을 둘러싼 사고방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인터넷 아키텍쳐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인터넷을 전혀 다른 방법으로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레식의 이 말에는 사용자를 위하는 방향으로 인터넷 코드를 만드는 데에는 정부가 민간 기업보다 낫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인터넷 초기에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던 자유주의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가 들어 있었다.  정부가 인터넷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제함으로써 인터넷 전체를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정부가 코드를 통해 통제를 할 때는 중개자에 대한 통제가 일반적이다. 정부의 중개자 통제란 월마트가 소비자들의 모조품 접근을 막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바텐더가 음주연령 제한법을 실행에 옮기거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불법 정보 접근을 막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운송 중개자의 통제이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중개자 통제 전략에서 명백한 1차 목표 대상이다. 인터넷을 무형의 사이버 공간으로만 본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사실 인터넷의 이면에는 구리선, 광섬유 케이블, 정보를 이곳 저곳으로 안내해주는 용도별 라우터와 스위치등 흉측한 모습의 물리적 운송 인프라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 물리적 네트워크는 이미 지구상에서 가장 심한 규제를 받는 기업인 전화 업체, 케이블 업체, 기타 서비스 공급 업체들이 필요에 의해 국내에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다. 이점에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눈에 잘 띄는 수문장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을 고객으로 하는 대형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을 집중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을 이용해 원치 않는 인터넷 콘텐츠를 통제하는 일은 명령과 통제를 내세운 유럽인들이 선구자들이다. 규제에 민감한 미국인들은 비교적 방임하는 편으로 제 3자인 사용자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면제해줄 때가 많다. 이와 비교할 때 반대편 극단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정보-운송 통제의 진정한 고수는 아시아에 있다. 중국이 그 한 예이고 사우디아리비아는 중국보다는 덜 한 편이지만 여전히 전국을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검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국영 인터넷 백본과 외국에 있는 서버 사이에 프록시 서버를 설치해두고 있다고 한다. 사우디에 있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 이용자가 외국 서버에 있는 불법 콘텐츠를 불러오면 중간에 프록시 서버를 통과하면서 정보가 걸러져 차단되도록 한 것이다.

 

셋째는 정보 중개자를 통제하는 방법이다. 구글 같은 검색엔진들이 정부를 의식해 링크 차단을 일상 업무처럼 아무렇지 않게 실시하고 있는 점이다. 구글은 미국에서 저적권이나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검색 결과에서 특정페이지를 빼달라고 요구하는 편지를 매달 30여 통씩 받고 있으며 이런 요청에 대부분 응하고 있다. 이 페이지들 중 상당수는 미국 법의 힘이 직접 닿지 않는 미국 밖에 있는 서버에 있다. 그러나 정부 혹은 그 법을 발동한 사람들은 자국 내 검색 엔진을 추적함으로써 해외 콘텐츠 공급자를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방법인 정보 중개자 통제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정보를  찾고자 할 때 어떻게 하는지 생각해보자 검색 엔진 외에도 블로그, 인터넷 심문, 그밖에 다른 중개자의 도움을 받아 유용한 정보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물론 정부가 금지된 정보를 찾아내 공개적으로 단속을 벌일 수는 있다. 하지만 직접 그런 정보를 찾는 게 더 어려워질 경우엔 그렇다는 사실자체를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다. 뭔가를 아예 모르고 있을 때는 자신이 뭘 모르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정부가 금융 중개자를 목표물로 삼으면 인터넷 판매 사업, 특히 결제의 편리성을 전제로 한 사업을 마비 시킬 수 있다. 정부는 바로 이런 식으로 인터넷 판매업체에는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법정까지 갈 필요도 없이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넷째는 도메인 네임 통제이다. 앨 고어와 조지 부시가 모금을 통해 수억 달러의 선거 자금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것을 본 제임스 바움가트너는 이를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인 보트옥션닷컴이란 사이트를 만들었다. 선거에 관심 없는 유권자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투표권을 경매에 붙여 최고액 입찰자에게 팔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잘 맞아 떨어졌지만 시카고 선거 관리 위원회는 투표권 매매가 장난 거리가 아니라는 판단 하에 보트옥션을 최대한 빨리 폐쇄하기로 했다. 위원회가 택한 방법은 투표권을 판 사람을 추적하는 게 아니라 보트옥션닷컴이란 이름을 노린 것이다. 도메인 네임을 압수하고  보트옥션닷컴을 폐쇄 시켜버렸다. 엄격한 도메인 네임 통제는 국가가 인터넷 관련 행위를 통제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본적인 통제 수단인 개인에 대한 법 집행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법을 위반하고 있는데 범법자 몇 명을 체포하는 것으로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 하지만 범법 행위에 대해 몇 명에게 강도 높은 처벌을 한다면 그 억제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에 대한 법 집행으로 억제 효과에는 한계가 있고 중간 통제 수단이 함께 포함된 통합적인 전략의 일부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은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통신 기술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힘을 강화해 준 것이다. 다음 사례를 볼 때 중국 같은 정부의 손에 인터넷이 들어갔을 때 어떻게 될까? 중국의 적극적인 광대역 인터넷 보급 정책으로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가 거의 미국에 맞먹는 규모로 폭증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많은 이들에게 중국 공산당의 권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은 외부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중국 밖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이트들은 중국 체제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많은 방화벽을 이용하여 차단하고 있다. 중국의 정보 장벽이 잘 돌아갈 수 있는 이유는 인터넷 데이터가 제한된 지점만을 통해 중국에 드나들기 때문이다. 중국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게이트웨이라 부르는 이 지점들에 시스코 장비를 설치해 검문소 역할을 하라고 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라우터란 장비로 어떻게 해야 정보를 올바른 위치로 보내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다르게 하면 거꾸로 정보를 잃어버리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정보 여과는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특정 주소에서 들어오는 정보나 특정 주소로 향하는 정보를 차단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중국의 정보 통제시스템의 백미는 내부통제이다. 시스코의 라우터가 중국 국경을 순찰을 하는 동안 MS나 야후 같은 미국 상용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중국 안에서 더 정교한 내부 정보 통제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터넷 메시지나 토론을 하는 토론방을 내부 검열함으로써 중국 해방구의 역할을 하기 보다는 정부 감시의 주요 무대가 되어 버렸다. 또한 인터넷은 중국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것을 보여 주었다. 미국의 정찰기가 중국 정찰기와 충돌해 중국전투기 비행사가 사망하는  사건과 일본 사업가들이 중국 내에서 대규모 섹스 파티를 벌이다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 중국의 인터넷 대화방을 들끓게 하고, 중국인들이 거리로 나가 시위를 하도록 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인터넷을 통한 내부 결속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하도록 하고 통제가 불가능 하도록 설계된 파일 공유 기술에 있어서도 법과 정부가 중요하게 적용하고 있음을 살펴보고자 한다. 90년대가 저물어갈 무렵 음반 업계는 CD라는 든든한 기술 덕분에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에 의한 음악 배포는 음악을 공짜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냅스터라는 파일 공유 프로그램을 최초로 개발 하면서 음원의 무료 배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냅스터는 각자의 하드드라이브에 보관하고 있던 음악들을 모아 중앙 서버에 음악 목록을 만들어 놓은 다음 그 목록을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간단한 프로그램이었다. 냅스터를 사용하면 초대형 공유음악 창고에서 원하는 음악을 쉽게 찾아 자기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었다. 헌데 냅스터는 중앙서버가 미국에 있었고 미국 음반업계와 미국 저작권법에 따라 폐쇄되기에 이른다. 그후 냅스터를 대신할 프로그램들이 나왔지만 이내 실패한다. 하지만 ‘카자’ 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하게 되는데 냅스터의 뒤를 이는 여타 파일 공유 서비스들 보다 훨씬 견고하게 설계되고 수천, 수백만 명의 사용자들이 동시에 사용 할 수 있으며 음악 파일 외에 다른 파일까지도 받을 수 있었다. 음반 업계는 카자에 대해서도 소송 작전으로 문을 닫게 만들려 했지만 소니 베타맥스 판결을 들어 카자도 소니처럼 사용자들의 행도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하여 소송을 피해 갈 수 있었다. 초반 소송에서 음악 저작권을 포기할 수는 없었던 음반 업계는 다시 대법원에 상고를 하고 음악을 공유한 일반 미국인들에 대해 수천 건에 달하는 1차 소송을 제기 했다. 소송 작전은 효과를 보고 파일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예전만큼은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카자의 사용자들이 소송 공세에 시달리게 되자 카자는 초기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법정에서 승리를 거뒀음에 불고하고 다른 문제로 고전하기 시작했다. 그 문제는 수익 모델의 부재였다. 

 

카자는 합법적인 광고주를 끌어 들이는 데 애를 먹었다.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카자에 대한 소송들을 보면서 광고주들이 카자를 위험하고 불안정한 광고 매체로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 카자는 조급한 마음에 가장 저급한 광고 기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사용자 컴퓨터에 설치해 사용자 정보를 알아내고 적절한 시기에 광고를 표시하는 프로그램인 애드웨어를 사용한 것이다. 그로 인해 카자는 미국 컴퓨터 사용자들이 가장 위협적인 스파이웨어로 꼽을 정도에 이르렀다. 카자 시스템은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잃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고 이 문제는 처음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 한 것으로 들어났다. 카자는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설계 되어 있지만 정부의 도움이 필요했다. 카자의 사건은 기업과 개인 사용자들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인터넷의 여러 측면들은 사실 정부만이 제공해 줄 수 있는 안정된 법적 환경 덕분에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카자의 몰락을 지켜 보면서 성공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이다. 스티브 잡스는 합법적인 온라인 음악 사이트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아이튠즈’ 다운로드 매장에 자신의 운을 걸었다. 스티브 잡스는 음반 업계와 협정을 맺고 파일 공유 시스템이 아닌 소비자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해 노래를 살 수 있게 해주는 중앙집중식 단일 다운로드 시스템이었다. 아이튠즈는 파일 공유하는 것을 금지 시켰다. 개인적 용도라면 여러 장의 시디를 구워도 되고 아이팟에 음악을 담거나 다른 프로그램에 사용한다든지 여러 컴퓨터에 저장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받은 노래를 공유 할 수는 없도록 설계했다. 99센트만 내면 아이튠즈에서 안정적인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고 소송 당할 위험도 없다는 것이, 그런 점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매력적인 서비스였다. 아이튠즈는 크게 성공하고 온라인 음악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카자와 아이튠즈의 일화는 기술의 도전 앞에서도 기성 업계가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저작권 역시 그 중요성이 변함없이 존중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사이버 자치를 꿈꾸던 초기의 시도들은 인터넷 사용자 수가 급증하면서 문화와 언어 등 지리적인 문제와 결부된 수 많은 사용자의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고, 결국 지역에 민감하면서도 훨씬 더 강력한 이해를 갖고 있는 존재인 영토기반 정부에 그 통제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세계의 각국 정부는 인터넷을 영토 내의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통제를 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 같은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구체화 되어가고 있다.

 

 

3. 승자는 누구인가

 

마지막 주제는 인터넷이 성장하면서 전문기술자, 불만을 품은 단체들, 다양한 탈법자들의 정치적, 사회적, 상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에 . 이 같은 현상은 인터넷 이전의 전보나 전화, 라디오, TV 등이 발명되었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겪었던 일이었고, 그때마다 각국 정부는 국민들의 생활을 규제할 새로운 규범이나 전략을 마련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런 기술들이 인간 통치의 중심 축 역할을 해온 각국 정부를 밀어내지는 못했으며 인터넷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인터넷은 국경 있는 매체로 정부의 통제를 받을 수 밖에 없고, 그 통제를 이용해서 성공한 이베이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베이는 오미디아르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호스팅하고 있던 세 페이지 중 하나에 옥션웹 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베이는 처음에는 규모도 작았고 일부  사용자에게만 알려진 곳이었다. 매매도 초기에는 친근한 동호회 같은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분쟁이 약간씩은 있었고 옥션웹의 게시판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고 질서를 유지했다. 그런데 이베이가 성장을 빠르게 하면서 한 사건으로 인해 분쟁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퍼피 인형 사기극으로 로봇인형인 퍼피 인형을 사기로 팔아 구매자와의 분쟁을 해결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베이는 중요한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수상쩍은 행동을 감시하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베이를 자체적으로 감시하고 강력한 보안 팀을 전 세계에서 사법 기관 출신 직원으로 구성하여 이베이의 피드백 시스템을 완성하고 사법 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그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이베이는 정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베이 스스로 강제력을 행사할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그 시스템을 파괴 하려는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권력의 숨은 장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언제나 최선만 추구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선의를 베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베이가 민간 부문의 무정부 상태를 경험 했다면  그 반대는 정부의 권력의 남용이라고 할 수 있다. 고도로 억압적인 정부는 인터넷의 많은 장점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정도를 넘어 사생활을 지나치게 규제할 위험성도 있고,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드는 회계 기준을 강요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면 지적 저작권에 대한 보호가 지나쳐 창의성을 짓누를 수도 있다. 이처럼 인터넷의 성공은 국가 또는 정부의 안정성에 의해 좌우 된다 볼 수 있다.

 

   그러면 국경은 왜 중요한 것일까? 호주에  사는 조셉 구트닉은 억만장자 이자 다이아몬드 및 금 채굴업자이면서 정치 활동도 하는 자선 사업가이자 랍비다. 2000년10월20 미국 경제 잡지 배런즈에 자신이 탈세와 돈세탁을 했다는 주장이 담긴 기사가 실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구트닉이 본 기사는 배런즈 잡지가 아니라 자매 매체인 월스트리트 저널 웹사이트 WSJ.com 에 올라와 있던 것으로 이 사이트의 서버는 미국 뉴저지 주에 있었다. 이 기사를 본 것은 호주의 많은 재계 및 금융계 인사들을 포함해 1700여명의 호주인들이 wsj.com에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기사를 보고 발끈한 구트닉은 골드버그와 불법거래를 부인하고 잡지사와 다우존스 앤 컴퍼니를 호주 법원에 고소했다. 다우존스 측은 호주에서 볼 수 있는 정보라 하더라도 미국에 있는 컴퓨터에 올려진 것이면 호주 법원에게는 그 정보의 적법성에 대해 판결할 법적 권한이 없다 주장 하였지만 호주 법원은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해당 정보를 다운로드 한 곳이 바로 명예훼손이라는 불법행위가 자행된 장소” 라고 판시했다. 다우 존스는 이 판결이 내려진 지 2년 내에 구트닉에게 18만 호주 달러를 피해보상금으로 지불하고 법률 비용으로 40만 호주달러를 추가 지급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사건은 종결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멀리 떨어져 있는 온라인 콘텐츠 제공자들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자 하는 나라에서 제재를 받게 하고 심지어 190개의 서로 다른 명예훼손법 조항에 발목을 묶는 행위는 인터넷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며 착잡해했다. 또한 전세계 모든 법규를 어떻게 따라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국경 있는 인터넷은 각국이 국가 간 정보 교환이나 교역에 자국 법을 적용할 때 생기는 비용과 병폐를 일부 답습하고 있다. 이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제적인 시스템이 그렇듯 국경 있는 인터넷은 또한 각양 각색의 많은 사람들이 전혀 다른 가치관과 인생관을 그대로 지키면서 같은 지구위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바로 이런 다양성 덕분에 지금의 이 세상이 단 하나의 국제법으로 모든 문제를 다스리는 경우보다 더 좋은 세상인 것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더 좋은 세상을 그릴 때는 국경이 있는 시스템의 장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한때 글로벌 네트워크라고 불렀던 인터넷이 왜 민족국가 네트워크의 집합체가 되어가고 있는지, 왜 여전히 각 네트워크들이 인터넷 프로토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분리되어 있는지 세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사람들은 서로 다른 나라에 살면서 서로 다른 언어로 읽고 말하고, 배경과 능력, 기호 원하는 바와 요구도 서로 다르다. 여기엔 역사 문화, 지리 및 부에 있어서의 지역차이가 반영되어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찾고 싶어 하고 콘텐츠 제공자들이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차이를  반영한 입맛에 맞는 콘텐츠다.

 

인터넷에 경계가 생기는 두 번째 이유는 기술 발전이다. 중국 같은 국가들은 나라 전체에 방화벽을 설치하고 전국적인 폐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있어 갈수록 첨단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우치 확인 기술은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도 저렴해지고 있으며 더욱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런 기술은 지역별로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콘텐츠를 맞출 수 있게 해주고 인터넷 업체들이 콘텐츠를 보낼 때도 불법인 지역은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심지어 인터넷의 구조 깊숙이 관련된 문제, 즉 대역폭 분포, 국가 및 지역내 인터넷 트래픽의 증가, 국가 간 인터넷 트래픽의 감소 등은 인터넷에 이전보다 더욱 뚜렷한 국경을 만들고 있다. 국경 있는 인터넷의 장점을 이해하려면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정부나 조약의 형태를 띤 범세계법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런 범 세계적 규범을 시행 할 정당한 자격과 신뢰를 갖춘 범 세계적 행정기구도 만들어야겠지만 그 엄청난 문제는 일단 제쳐두자.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런 세계적 규범을 시행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별로 환영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 이라는 점이다.  분권화된 지배구조의 장점은 사람들 간의 차이점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국경 있는 인터넷을 옹호하기 위해 이런 식의 주장을 펼치다 보면 중국처럼 국민이 선호하는 바 혹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려 굳이 애쓸 생각이 없는 독재 국가들에 관한 문제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나뿐 예에 해당하긴 하지만 영토를 기준으로 인터넷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중국의 사례에서조차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원치 않는 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 사용하고 있는 있는 그런 기술들은 정부가 개발한게 아니었다. 민간부분이었고 인터넷 콘텐츠를 각 개인의 이해에 더 잘 맞춰달라는 소비자 요구에 대한 반응으로 개발한 것이었다. 문제는 그러한 이해가 지리적 구분에 따라 뭉쳐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있다. 하지만 분권화된 국가 통제 체제를 옹호한다고 해서 영토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족국가들이 그 수와 크기 면에서 지금 상태가 바람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라가 너무 작으면 국방이나 교육 등의 공공재를 제공할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하다. 나라가 크면 이런 부족함은 메울 수 있지만 국민들 사이의 가치관, 기호, 신념도 그만큼 다양해지기 때문에 모두가 합당하다고 여길 수 있는 법규를 공표하고 시행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미국, 호주, 독일처럼 덩치가 큰 많은 현대 민주 국가들이 연방제를 통해 중요한 정부 결정을 밑에서 내리도록 분권화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민족국가는 항상 확대와 축소라는 상반된 요구로부터 압력을 받아왔으며 인터넷은 앞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런 압력을 더욱 가중 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민족국가의 크기를 바꾸라는 압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분권화된 영토 기반 시스템 자체가 여러 가지 면에서 다양성과 민족자결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인터넷 정보 교환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분권화된 통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각국의 서로 다른 법이 자국 국민들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해도 각국의 인터넷 통제가 범 세계적으로 가져올 결과는 인터넷에게는 치명적이라는 주장이다.

 

국제법에서는 국경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일반적으로 각국은 자국 국경 내에서는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국경 밖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자국 영토 내에서 조치를 취함으로써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피해는 막을 수 있다. 자국 내 인터넷 중개자 통제는 정부가 해외에서 비롯된 인터넷 피해를 통제하는 주요 수단이다. 국가는 자국 내에서 비롯된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책임을 가지며 이 원칙은 피해가 해외에서 비롯된 경우에 특별히 더 강력한 건 아니더라도 자국 내에서 시작됐을 경우와 동일한 강도로 적용된다. 각국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요즘 세상에서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피해를 막기 위해 자국 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각국은 공해나 반독점 사례뿐 아니라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원치 않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을 규제하고 해외 사기 사건이나 다른 나라에서 발원해 국내로 들어오는 범죄 등이 국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래 전부터 자국 법을 적용해왔다. 해외에서 발원한 국내 피해를 막아야 하는 정부의 책임은 그 피해가 인터넷 정보 교환 때문에 발생했다고 해서 바뀌지는 않는다. 국경을 넘는 피해는 인터넷을 통해 벌어진 것이든 인터넷 밖에서 벌어진 것이든 다르지 않다. 두 경우 모두 공공의 가치를 보호할 책임은 정부 당국의 대응을 필요로 한다.  또한 각국 정부는 거의 예외 없이 자국 국경 내에서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고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인터넷 정보 통제도 자국 내에 있는 중개자, 자산, 사람들을 통제함으로써만 가능하다. 호주가 다우 존스에 효과적으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도 다우 존스가 호주에 직원, 시설, 계약사업, 은행계좌 등을 둔 다국적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인터넷 사용자가, 즉 학생, 인터넷 소비자, 음란물 공급자, 대화방 참여자, 사이트 운영자, 블로거, 그 밖의 인터넷 사용자 중 99% 이상은 호주와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자신이 살고 있는 곳 이외의 어떠한 나라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다수의 법의 지배를 받기는커녕 자국 법 이외의 어떤 법과도 무관한 사람들인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나라마다 다른 여러 법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따르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치르고 있으며 이는 그저 국제적으로 사업을 하는 데 드는 비용에 불과하다. 기존의 사고방식대로라면 인터넷 다국적 기업들은 현실 세계의 다국적 기업들과는 여러 가지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왔을 것이다. 즉 인터넷 다국적 기업들은 인터넷 아키텍처 원리상 자기들의 콘텐츠가 어디로 가는지 알 도리가 없기 때문에 모든 국가의 법을 일일이 따르는 것도 불가능하고 특정 국가에서 금지된 콘텐츠라고 해서 그 나라만 못 들어가게 차단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우 존스 같은 기업들이 지리적 구분에 따라 특정 국가에서 위험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므로 인터넷에는 범 세계적인 규모로 규제되어야 할 측면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오랫동안 바라고 가꿔온 여러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인터넷에 국가의 통치 범위 내에 있는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의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과 개인은 그러한 국가 통제의 후원에 힘입어 사이버 범죄나 재산권 침해, 인권 침해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셈이다. 정부 통제의 후원이 없었다면 오늘날 미국의 음반 산업은 고사위기에 처했을 것이며, 이베이나 아마존닷컴 같은 온라인 기업도 존재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적어도 앞으로 수십 년간은 국가의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고 다른 나라, 다른 정부와의 간계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국 법을 적용하려는 각국 간, 각국 네트워크 이데올로기 간의 투쟁들이 국경 있는 인터넷에서의 삶의 모습을 결정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다.

 

 

. 결론

 

이제는 그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내가 인터넷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90년대 초 하이텔 서비스를 통해서였을 것이다. 당시에는 PC자체도 많이 보급되지 않는 상태였지만, 지금 우리의 생활에서 인터넷을 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가져온 것이다. 그간 인터넷에 대해 많은 책들을 읽어 왔다. TCP/IP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에 대한 기술 서적, e-mail과 검색 등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법과 관련된 책자와 같이 직접적인 서적도 있었고, 롱 테일 경제학, 디지털 크로스 로드, 하이테크 마케팅 등과 같이 간접적으로 관련된 책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시각을 넓히는 계기를 삼을 수 있었다. 그것은 늘 일상생활에서 있어 왔지만, 잘 느끼지 못했던 국가권력에 대한 새삼스러운 경외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마치 이상적 해방론자에 대한 강력한 충고를 포장하여 늘어 놓는 듯한 법적 향기가 가득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인터넷의 탄생 배경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소통의 자유로움에 대한 추구였지만, 이러한 인터넷의 새롭고 놀라운 시도들은 국가권력이라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을뿐더러 그 지배하에서만 성공할 수 있다는 구체적 사례들은 짜임새 있게 독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우리가 막연히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들의 대부분이 사실은 아쉬움일 뿐이라는 것을 매우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쉬움이 결국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며 현실성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게 해준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개념의 사업이나 글로벌화된 신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현존하는 국가권력과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여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읽은 C.K. Prahalad 미시간 경영대학원 교수의 The New Age of Innovation에서 정의된 N=1, R=G의 세상이 생각난다. 고객이 아무리 많더라도 한 순간에 한 명의 고객체험에 집중해야 하며, 글로벌화된 자원과 역량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Prahalad 교수의 주장이다. 결국 미래 시대에 있어서의 사업은 개개인의 고객체험에 중점을 둬야 하며, 그 고객체험에 대한 가치 향상을 위해 어느 기업이 더 글로벌 역량을 잘 발휘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이 더욱 발달하고, 인터넷이 다양한 융합과정을 거쳐서 만들어내는 사업들은 글로벌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역량에 의해 그 성공이 좌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글로벌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사업들은 다시 국가 권력에 의해 그 사업이 통제를 받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기존에도 이러한 일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환경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글로벌화를 추진하게 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대처해 나가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사업 준비과정에서 미리 이러한 문제(, 문화,)들을 준비하고 그 솔루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화에 대한 역량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베이의이 창설자이며, 이베이를 안정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던 경영자 피에르 오미디아르의 이야기였다. 자신이 없어도 이베이가 잘 돌아가게 되었다고 판단한 순간 아무런 발표나 행사도 없이 자기 책상을 정리하고 떠난 오미디아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적인 권력을 이용해서까지 경영권을 지키려는 우리나라의 일부 경영인들과는 참으로 대조되는 멋진 경영인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항상 실제 권력과 자본들의 쟁탈이 치열할 수 밖에 없고 그 중심에 국가권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역사가 더 높고 더 넓은 가치에 도전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고,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과 국가권력의 진정한 싸움은 아직도 전개 중이며, 그러한 싸움은 인류를 더욱 빠르게 이상적인 세상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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