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소나기 아래(시, 현상길 시집, 올레 소야곡)
나누미도우미
2014. 12. 5. 15:07
이 시를 읽으면 어린 시절 비오는 날에
시골 초가집 마당에서 몸에 빨래비누를 칠하고
한참을 뛰어 다니며 하늘을 지붕삼아 목욕하던 생각이
아련하고 즐겁게 떠오르네요 ~ ^^
====================================================
소나기 아래
쏟아져 내리는 폭포 아래
어서 나서지 못하겠느냐고
땡볕보다 더 따갑게
가려운 등 떠미는 외할망 호령에
부끄러움 겨우 튓마루에 벗어놓고
빗속 마당 한가운데 알몸 담그면
볶아대듯 온몸 때리는 세찬 빗줄기가
켜켜이 눌러앉은 위란의 그림자
뇌성의 씻김으로 떨어내는
여름 오후 한바탕 난장이 되레 신나
초가지붕 위를 타고 햇살들이
둥들둥글 빛나며 마당으로 구를 때면
파래진 알몸 툇마루에 대고 누워
휘파람으로 불어 젓히던
파란 마음 하얀 마음
※ 외할망 : (제주도말) 외할머니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