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에 생각나는, 간담상조(肝膽相照)
한유와 유종원은 당대의 당송팔대가에 드는 명문이었다. 둘은 매우 절친한 사이였는데 어느 날 유종원이 죽었다는 소식이 한유의 귀에 전해졌다. 그는 유종원의 죽음을 몹시 마음 아파하며 생전의 그와의 우정을 기리는 동시에 경박한 사람의 사귐을 개탄하면서 쓴 묘지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무릇 인간이란 곤경에 처해 있을 때라야 비로소 그 절의가 나타나는 법이다. 평소 평온하게 살아갈 때는 서로를 그리워하고 기뻐하며 때로는 놀이나 술자리를 마련하여 서로를 초대하고는 한다. 또 흰소리를 치기도 하고 지나친 농담도 함께 하지만 서로 양보하고 손을 맞잡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서로(相) 간(肝)과 쓸개(膽)를 꺼내 보이며(照)' 해를 가리켜 눈물지으며 살든 죽든 서로 배신하지 말자고 맹세한다. 말은 제법 그럴 듯하지만 일단 조금이라도 어려운 처지에 놓이거나 이해 관계가 생기는 날에는 눈을 부릅뜨고 언제 봤냐는 듯 안면을 바꾼다. 더욱이 함정에 빠져 곤경에 처하게 되면 손을 뻗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깊이 빠트리고 위에서 돌까지 던지는 인간이 이 세상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이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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